‘치리’는 다스림이 아닙니다 – 치리회의 뜻과 권한의 경계 (장로교 헌법 쉽게 풀기 ⑨)

AI 153

💡 치리권은 개인이 아니라 회의체에 있고, 헌법에 열거된 직무에 한하며, 당회 역시 노회의 치리를 받습니다. 경계를 아는 것은 리더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지켜주는 일이에요.

“당회에서 결정했다는데, 왜 저는 몰랐을까요?”
“그건 당회 권한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더 물어보기가 어려워집니다.

‘치리(治理)’라는 한자어가 주는 인상 때문입니다.
다스릴 치, 다스릴 리. 글자만 보면 ‘위에서 다스린다’로 읽히니까요.
그런데 헌법이 말하는 치리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 말이 만든 네 가지 오해를 헌법 기준으로 정리해 드릴게요.
이건 누군가를 견제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범위가 분명해야 그 안에서 내린 결정도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치리에 대한 네 가지 오해와 헌법 기준 비교표

‘치리’가 만든 네 가지 오해

흔한 오해 헌법이 말하는 것
치리회는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다 헌법에 열거된 직무에 한합니다
당회장(목사)이 곧 당회다 치리권은 개인이 아니라 회의체에 있습니다
당회 결정이 최종이다 당회도 노회의 치리를 받습니다
장로교는 장로가 다스리는 교회다 장로들의 회의로 다스리는 제도이며, 목사도 장로입니다

오해 ① “치리회는 무엇이든 결정할 수 있다”

헌법은 당회의 직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합니다.
예배의 시간과 형식, 세례·입교 문답과 승인, 안건 상정, 부서 감독, 질서 유지.
열거한다는 것은 그 밖의 일은 권한 밖이라는 뜻이에요.

예산 확정, 담임목사 청빙, 직분자 선출, 부동산 처분은
아무리 당회가 결의해도 공동의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해 ② “당회장이 곧 당회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치리권은 개인에게 있지 않고, 치리회(당회·노회·총회)에 있습니다.

그래서 당회장의 개인 판단은 그 자체로 당회의 결정이 아니에요.
회의가 소집되고, 정족수가 채워지고, 결의가 회의록에 남아야 당회의 결정입니다.
장로님 한 분의 의견도, 목사님 한 분의 의견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회의록이 중요합니다
회의록은 형식적인 서류가 아니라 치리권이 바르게 행사되었다는 증거예요. 언제 소집했고, 누가 참석했고, 무엇을 어떻게 결의했는지가 남아야 그 결정이 보호받습니다. 기록이 없으면 옳은 결정도 나중에 흔들릴 수 있어요.

오해 ③ “당회 결정이 최종이다”

장로교는 당회가 꼭대기인 구조가 아닙니다.
모든 치리회가 위의 치리를 받는 구조예요.

📋 치리회의 층위
당회 노회 총회
• 당회는 노회의 치리와 관할을 받습니다
• 교인은 당회 결정에 불복할 경우 노회·총회에 상소할 수 있습니다
• 미조직교회는 당회가 없으므로 노회가 직접 관할합니다

‘장로교’라는 이름이 실제로 뜻하는 것

‘장로교’라는 이름 때문에 이런 인상을 받기 쉽습니다.
“아, 장로가 다스리는 교회구나.”
그런데 이름의 유래를 따라가 보면 뜻이 조금 다릅니다.

장로교는 영어로 Presbyterianism, 헬라어 프레스뷔테로스(πρεσβύτερος)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같은 어원에서 나온 Presbytery는 곧 노회를 뜻해요.
즉 이 이름이 가리키는 것은 ‘장로라는 사람’이 아니라
‘장로들의 회의로 다스리는 제도’입니다.

📋 교회 정치 제도 세 가지
감독제 — 감독(주교) 한 사람이 다스립니다 (성공회·감리회 계열)
회중제 — 교인 총회가 직접 다스립니다 (침례교·회중교회 계열)
장로제 — 장로들의 회의(치리회)가 다스립니다 (장로교)
※ 이름은 ‘누가 다스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다스리는가’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목사님도 장로입니다

장로교회에는 두 종류의 장로가 있습니다.
설교와 성례를 맡는 목사 장로(가르치는 장로), 그리고 교인의 대표인 치리 장로.
목사도 신급으로는 장로예요. 두 장로가 함께 당회를 조직해 교회를 운영합니다.

그래서 당회는 목사와 장로 어느 한 편이 없으면 구성되지 않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어느 한쪽도 홀로 다스릴 수 없게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된 거예요.

사도 베드로가 자신을 부른 이름
베드로 사도는 장로들을 권면하면서 자신을 “나와 함께 장로 된 자”라고 불렀습니다(베드로전서 5:1, 개역개정). 사도조차 위에서 명령하는 자리가 아니라 동료 장로로 섰다는 뜻이에요.

감독제는 한 사람이, 회중제는 총회가 다스립니다.
장로제는 어느 한 사람도 홀로 다스리지 못하게 회의로 다스리는 제도예요.
그러니 ‘장로교’라는 이름은 명예의 근거라기보다, 함께 섬기라는 설계도에 가깝습니다.

그럼 치리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당회에서 회의록을 함께 확인하는 장면

비유를 하나 들어볼게요. 심판입니다.

심판은 경기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있는 규칙을 적용하는 사람입니다.
당회도 마찬가지예요. 새 법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
성경과 헌법이 이미 정한 것을 우리 교회 상황에 적용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래서 치리권은 원래 당회의 것이 아니라, 위임받아 대신 섬기는 권한이에요.
장로교가 목사 한 분이 아니라 장로들의 회의를 통해 치리하도록 정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치리의 목적은 벌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치리의 한 부분인 권징(勸懲)도 오해가 많은 말입니다.
하지만 헌법이 밝히는 목적은 분명해요.
잘못을 깨닫게 하고 바른 신앙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 곧 회복입니다.

그래서 권징에는 절차가 엄격합니다.
조사, 소명 기회, 결의, 기록, 그리고 상소할 권리까지.
이 절차 자체가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 위한 장치예요.

💡 권한을 아는 것이 서로를 지킵니다
성도는 “어디서 결정되는지” 알 수 있어 불필요한 오해가 줄어듭니다. 목사님과 장로님은 권한의 근거와 범위가 분명해져서, 그 안에서 내린 결정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경계는 리더를 제한하는 울타리가 아니라, 리더를 지켜주는 울타리예요.

📌 오늘의 핵심 정리
✔ 치리권은 개인이 아니라 회의체(치리회)에 있습니다
✔ 회의록에 남은 결의만이 당회의 결정입니다
✔ 당회의 직무는 헌법에 열거된 범위에 한합니다
✔ 당회도 노회의 치리를 받고, 교인에게는 상소권이 있습니다
✔ ‘장로교’는 장로들의 ‘회의’로 다스리는 제도이며, 목사도 장로입니다
✔ 치리의 목적은 벌이 아니라 회복입니다

※ 이 글은 예장 통합·합동 등 장로교 헌법과 권징조례의 공통 원리를 쉽게 풀어 정리한 것입니다. 치리회의 직무 범위, 권징 절차, 상소 요건의 세부 규정은 교단 헌법과 개교회 정관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실제 사안에 적용할 때는 반드시 소속 교단 헌법과 노회의 지도를 확인하세요. 이 글은 특정 교회나 개인의 사례를 다루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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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건강은 당회에서 시작됩니다 (M-7편)
교인의 자격 4단계와 권리·의무 (M-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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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는 자리마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교회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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